포스기의 목소리는 왜 노이즈가 되었나?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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— 콩돌, 밤돌
닌텐도의 인기게임 ‘동물의 숲’에는 마을 상점을 운영하는 쌍둥이 너구리 형제가 나옵니다. 가게에 들어가거나 말을 걸면 형인 콩돌이가 응대를 하는데 그 말에 이어 끝부분을 밤돌이가 따라합니다. 전혀 도움은 되지 않지만 이게 귀여운 포인트지요.
그런데 얼마 전 파리바게트에서 빵을 계산하는데 POS기에서 “영수증 필요하세요?”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. 광고모델인 연예인이 녹음한 소리인 것 같은데 계산하는 점원은 그것에 신경쓰지 않고 거의 동시에 “영수증 필요하세요?” 라고 묻습니다. 마침 목소리도 비슷해서 위의 콩돌밤돌 상점이 생각나지 않을수가 없었어요.
그런데 파리바게트와 동물의 숲이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? 영수증 확인은 계산할때마다 확인이 필요한 반복 작업입니다. 기계가 대신하기 아주 좋은 업무지요. 게다가 광고모델 목소리라니—누군지는 모르겠지만—브랜드 일관성을 만들고 광고모델의 팬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획으로 보여요. 전에 T맵에 연예인 목소리가 추가되었을때 팬들 반응이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.
점원은 왜 포스기의 목소리를 무시했을까?
인간-기계간 업무 조정
좀 찾아보니 파리바게트 고객 응대 메뉴얼에 대한 포스팅을 볼 수 있었는데요, 점원은 이에따라 평소대로 행동한 것으로 생각됩니다. 포스기 변경에 따라 응대 메뉴얼이 바뀌진 않았거나 지침이 전파되지 않았을 수 있겠네요.
고객 응대의 분업?
그러면 점원은 조용히 카드를 받아 결제처리를 하고 확인할 사항은 포스기—의 목소리—에 맡겨야 했을까요? 이 장면을 상상해보면 대단히 어색합니다. 아무리 편의점이나 프렌차이즈 매장에서 인간 점원이 자동 결제 키오스크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해도 정말 기계같이 행동하는것은 이상해요. 오히려 인간형 로봇이 카드를 받아 결제 처리를 하고 옆에 서 있는 인간이 “영수증 필요하세요?”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. 점원 입장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불친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.
가청성의 차이?
폰트의 가독성처럼 목소리도 정보가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에 차이가 있습니다. 관련 연구가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사람 목소리와 녹음된 목소리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. 그 이유가 시선, 동작 등 비언어적 소통의 유무 때문인지, 원음과 디지털로 변환되고-다시 재생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열화된 소리의 차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 사람이 말하는 목소리가 더 잘 인지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. 아마 포스기의 녹음된 목소리에만 맡겨놓는다면 고객들은 배경 소음으로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더 많이 생겼을지 모릅니다.
인간-기계가 같이 일할 수 있을까?
구매하는 입장에서도 “영수증 필요하세요?”라는 질문이 지겹기는 합니다. “아뇨, 버려주세요”라고 크게 쓰인 티셔츠라도 만들어 입고 다녀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. 그러면 그 말을 하루종일 하는 점원은 얼마나 피곤할까요? 프로포즈로 결혼 반지를 받고는 실수로 “영수증” 질문을 한 사람이 있대도 놀랍지 않을겁니다.
앞에서도 말했지만 기계가 담당하기 좋은 업무입니다. 이미 키오스크만 있는 무인 점포에서 잘 수행하고 있기도 하구요. 하지만 인간 점원이 필요한 매장은 많이 남아있고, 이곳에서는 인간과 기계가 서로 업무를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아야 할 것입니다.
결론은 비워두려고 합니다. 아마도 훌륭하신 분들의 연구가 이미 많이 있을 것 같으니 먼저 찾아봐야겠어요.